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거래량과 활발한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사용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 내 테더는 비공식적인 환전 수단, 코인 간 거래 중개 통화, 해외 송금 대체 수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중앙화 거래소(CEX)와 장외거래(OTC) 시장에서 그 존재감이 확고합니다. 본문에서는 한국 내 테더의 실사용 현황, 주요 거래 채널, 정부의 시각과 규제 움직임, 그리고 향후 시장 전망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중앙화 거래소에서의 테더 사용 흐름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은 원화(KRW) 마켓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테더(USDT)는 직접 거래쌍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의 특정금융정보법상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연동된 원화 기반 거래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국내 거래소 내에서 직접적으로 테더를 매수하거나 거래하는 구조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 바이비트, 쿠코인 등을 사용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테더를 실질적인 기축통화처럼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BTC/USDT, ETH/USDT 등의 거래쌍을 통해 높은 거래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거래소의 선물(Futures) 상품 대부분이 USDT를 증거금 및 결제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 트레이더들의 테더 수요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이 과정에서 원화를 테더로 전환하기 위한 통로로 국내 거래소에서 리플(XRP), 트론(TRX), 솔라나(SOL) 같은 고속 전송이 가능한 코인을 구매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로 전송 후 테더로 환전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송 수수료 및 속도를 고려한 실용적 선택이며, 한국 내 테더 수요가 간접적 형태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외거래(OTC) 및 비공식 채널의 실태
한국 내에서 테더의 실질적인 유통은 공식 거래소 외의 OTC(Over The Counter)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법인 간 해외 무역 정산, 개인 간 암호화폐 매매, 외환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 등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며, 이 과정에서 테더는 빠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외 거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지에서 활동하는 OTC 딜러들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들은 일정 수준의 신뢰 기반에서 테더의 매수/매도를 진행합니다. 주로 원화를 입금받고 일정 수수료를 붙여 테더를 송금하거나 반대로 테더를 받아 원화를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법적 인증 절차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자 리스크가 상존하며, 사기 및 자금세탁 리스크도 함께 존재합니다. 2022년부터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 방지(AML)와 거래 추적을 강화하고 있으며, FIU(금융정보분석원)는 일정 금액 이상 암호화폐 전송을 자동 보고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OTC 시장은 여전히 비공식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거래소 외 개인 간 암호화폐 이동에 대한 규제 강화, 자금 출처 소명 요구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러한 정책 변화는 향후 OTC 기반 테더 사용 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 규제와 테더의 제도권 진입 가능성
현재 한국은 테더를 포함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별도의 법률적 정의를 명확히 두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관련 규제는 ‘가상자산 일반’으로 통칭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1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이 빠졌지만, 2024년 이후 2단계 법제화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보유, 발행 투명성, 거래 추적 등을 포함한 규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을 ‘비공식 외환 유통 경로’로 간주하며, 일정 수준의 제도권 편입 또는 유통 제한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의 경쟁 이슈로 인해,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테더는 한국 내에서 실질 유통을 지속하기 위해 몇 가지 경로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한국 금융기관 또는 인증된 커스터디 업체와 협력하여 정식 유통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 둘째, 한국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새로운 KYC 기반 플랫폼에 테더가 연동되는 방식. 셋째, USDC나 KRT(Klaytn 기반 원화 연동 토큰)처럼 규제 친화적인 대안으로 교체되는 흐름입니다. 현재로서는 한국 내에서 테더의 직접적인 제도권 채택 가능성은 낮지만, 실사용 수요가 강력하게 존재하는 만큼, 정부와 발행사 간 협의 구조가 마련될 경우 변화의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기준이 통일될 경우, 테더 또한 이에 맞춰 제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한국 내 테더 사용은 거래소 간 환전, OTC 시장, 해외 자산 운용 등 다양한 경로로 확산되고 있으며, 제도권 외 영역에서의 활용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AML 규제 강화 및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테더의 국내 유통 구조는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에 대비해 분산 전략, 법적 리스크 관리, 대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투명하고 합법적인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